가족

10년 넘도록 절연한 아버지와의 관계

바바123

2026.05.08.

198
0
2

저는 30대 중반의 남자이며
아버지와 절연하고 연락도 안한지 대략 12년정도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우리의 관계에 대해선.. 현재로선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좋았던 기억, 재밌었던 기억 등은 있지만

어머니와 이혼 과정에 있었던 가정폭력, 가장으로서의 소홀함, 나태함, 한탕주의 등은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을정도로 아버지로서의 책무를 못했다 생각합니다.


아버지와 절연한 사유는 생각해보면 그렇게 심각한 내용도 아니었지만(나의 직업선택의 과정에 대한 분쟁 등)
아버지나 저나 자존심이 강한 탓에 그 이후로 일절 연락조차 안하고 있었죠.

사실 미성년자 시절을 제외하면 부모의 도움은 일절 받지 않은 채 독립했었기에 더더욱 연락 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젊었던 시절엔 몸상태가 괜찮았으나, 최근에 몸이 많이 안좋아지신걸 다른 친가측에게 듣고 알고만 있었습니다.

며칠전 연락이 왔습니다.
한번 시골로 내려오라고, 땅 상속관련, 사망보험 관련해서 수익자 변경 등등 이런 내용으로요.
이제 곧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그런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 마저도 오락가락하는 정신을 부여잡고 말할정도로 몸상태가 좋지 못한것같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좋은 기억도 안좋은 기억도 거의 상쇄가 되어 거의 남처럼 지낸지 오래된 현재
제 심정은 갈피를 못잡고있습니다.


시골 내려가는건 저에게 문제는 없지만
어릴적 알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곧 돌아가실 초췌하고 비참한 노인의 모습의 아버지를 보면 지금처럼 덤덤할거라 장담할 수 없을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카톡으로 남긴 땅, 보험 관련한 내용에 대한 저의 답장은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아버지 알아서 매각하고 노후자금으로 쓰라 보내놨지만

그 무심하게 적어놓은 아버지라는 단어에도 '아버지라 불러줘서 고맙다'는 등, '어버이날 최고의 선물이다' 라는 등 저의 감정을 뒤섞어 놓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걸 알지만, 사실 보고싶지도 않고, 본다해도 내 마음이 아플것같고, 안보자니 또 죄책감도 듭니다.

요즘은 그냥 마음이 아픕니다.

아버지 입장에선 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것만으로도 행복할거라 생각하지만
제 마음은 편치 않겠지요...


이런 상황에선 어떤 선택을 내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여태 아무런 생각없이 잠을 잤지만
요즘은 잠을자면 뒤숭숭한 꿈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만큼 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양입니다.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얼굴이라도 보여줄지,
아니면 전처럼 없는사람 취급하며 그동안 가정에 무책임하던 업보라고 생각하며 마지막을 보내도록 무시할지 고민이 됩니다

목록보기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바바123님, 우선 마음 속의 큰 고민을 이곳에 털어놔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쓴이님은 지금 “용서할 것인가, 끊어낼 것인가”의 단순한 선택 앞에 계신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감정과 다시 마주하게 된 상황에 가까워 보입니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실망, 가장으로서의 부재에 대한 분노가 분명 존재했지만, 동시에 좋았던 기억과 완전히 끊어내지 못한 마음도 남아 있었기에 지금처럼 복잡하게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특히 “보고 싶지 않다”와 “그래도 마지막일 수 있다”는 마음이 동시에 드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인간관계는 단순히 옳고 그름만으로 정리되지 않고, 특히 부모와 자식 관계는 감정이 훨씬 더 복합적으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 바바123님이 혼란스럽고 잠까지 뒤숭숭한 것은,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오래 눌러왔던 감정이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글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이미 마음 한편에서는 완전히 외면하지 못하고 계시다는 점입니다.
“아버지”라는 표현 하나에 마음이 흔들렸고, 노후자금으로 쓰시라고 답장한 부분에서도 단순한 무관심만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상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좋은 부자 관계가 되는 것도 아니겠지요.

그래서 지금은 “용서해야 하나, 벌줘야 하나”의 관점보다,
“나중의 내가 어떤 선택을 덜 후회할까”를 기준으로 생각해보시는 게 중요할 수 있습니다.

직접 찾아간다고 해서 모든 감정이 정리되는 것도 아니고, 끝까지 가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냉정한 사람인 것도 아닙니다.
다만 현재의 바바123님은 이미 마음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완전히 무시하는 선택은 이후 더 큰 미련이나 죄책감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꼭 긴 대화를 하거나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짧게라도 얼굴을 보고 오는 것만으로도, 혹은 지금의 모습을 한 번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직접 만나본 뒤 “나는 여기까지가 맞겠다”는 결론이 더 분명해질 수도 있고요.

중요한 건, 지금의 선택이 “착한 자식이어야 해서”가 아니라, 바바123님 자신의 마음을 위해 내려지는 선택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랜 시간 쌓인 감정은 한 번에 정리되지 않겠지만, 지금처럼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중요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바바123님께서 덜 괴로운 방향으로 선택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응원하겠습니다.

댓글

2